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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단 생각이 들 때 일기장에 썼던 짧은 글

동기부엉이 2024. 10. 12. 03:22

죽고 싶단 생각이 들 때 일기장에 썼던 짧은 글

 

내 생의 시작은 낭떠러지 끝자락이었어요.

맨손으로 절벽을 오르길 30년. 한 번 잘못 짚은 돌부리에 그대로 추락해

다시금 고개를 쳐들면 고지가 까마득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두려움을 걷는 기분으로

다시 절벽을 맨손으로 올랐습니다.

 

노하우가 생길법도 했지만 몸은 약했고, 머리는 특별하지 않아 작은 비바람에도 쉽게 낭떠러지로 떨어지고는 했습니다.

성한 곳이 없이 없었습니다.

 

하늘을 보며 빳빳하게 쳐든 고개.

목줄을 따라 눈물이 흐르기를 억겁의 순간에도 코앞에 놓인 땅은 보지 않았죠.

 

낭떠러지는 정면을 바라봐도 칠흑같은 어둠 속이었으니까요.

 

이젠 오를 불씨마저 모두 타버렸고, 어째선지 세상이 더 어둡게 보입니다.

그럼에도 세상은 내게 다시 오르기를 요구합니다.

 

마치 이룰 수 있는 희망으로요.

그런데... 그 희망, 어쩌면 제가 제 자신에게 더 간절하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