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층 지옥, 내가 지옥을 경험하고 있다면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 걸. [조언]
인생을 살면서 태생적으로 좌절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나이를 불문하고 태어나서부터 지옥을 경험하는 반면, 나이가 들어서 지옥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누가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건 중요하지 않다.
누가 먼저 지옥에서 나오는지의 삶이 더 가치 있는 삶으로 변한다는 건 의심 없는 진실이니까.
태어나자마자 미숙아로 태어나는 아이, 장애를 가진 아이, 부모의 건강 악화로 인해 태생 자체가 몸이 약한 아이들까지 아이들은 태어남으로써 살아가는 내내 지옥을 경험하며 살아야 한다. 평생 남들의 평범한 삶을 경험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반면 평범한 사람에게는 다른 질의 지옥이 펼쳐진다.
그만큼 어려움에 있다면 평범함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힘을 냈으면 한다.
이번에도 서론이 조금이나마 길었다.
내가 생각하기로 지옥은 대략 지하 100층까지 있다고 생각한다.
나역시 지옥이라는 군례에 벗어나기 30년이 걸렸지만, 한 번 빠지면 쉽게 나오지 못하는 곳이기에 평소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사는 게 좋다. 단 것에 익숙해지고, 편한 것에 익숙해는 것을 멀리하고, 인내를 감내하는 일에 기꺼이 할애하는 것이 미래 벽에 부딪히는 것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 예행연습이라고 보면 좋다.
그럼 지옥에 대해 설명하겠다.
지옥 1층으로 접어들기 전, 인간이 절망에 빠지면 자신을 비난하고, 난 왜이렇게 게으르고, 무디고, 멍청하고,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가난하고, 흑수저고, 뚝심도 없고, 온갖 비난을 일삼는다. 정신이 피폐해지는 삶으로 가장 먼저 발을 들이게 된다. 그런데? 이 정도면 지옥이라고 생각할 거라고? 아직 지옥으로 가기 전 문지방도 안 밟은 셈이다. 이건 그저 좌절일 뿐이고, 충분히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지옥 1~5층
지옥 1층으로 계단을 내려온다. 계단으로 내려오는 동시에 첫 번째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사회생활은 가능하지만, 정신이 나가있고, 사람들을 보면 웃는 게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자신을 비난하기 보다는 그저 세상을 살아가는 흥미가 떨어져 그저 그렇다. 즉, 자포자기의 상태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 자신을 비난하는 엄청난 고통 속에서 살았다면, 그것들이 썩어버린 상태가 바로 자포자기 상태이다.
지옥 5~10층
온통 세상이 어둡다. 눈물이 고이고, 마르지 않는다 매일 밤 고통스러운 밤이 나를 부르고, 그 절망이 다시 나를 집어삼킨다. 그런데 아직 100층 중에서 1/10도 안 왔다니. 절망하긴 아직 이르다. 나는 아직 너의 팔다리를 자르지도 않았으니까.라고 환청까지 들리고는 한다.
지옥 10~15층
환청이 들리고 환각이 보일 정도로 삶이 썩어들어간다. 가만히 있어도 뭔가가 움직이는 것 같고 주변에 벌레가 지나가는 것만 같다. 몸이 계속 가렵기도 하고, 당연히 되는 일도 없다. 밖을 걸으면 세상이 온통 검게 보인다. 검은 세상에 사람들은 웃고 있는데, 그 사람들의 웃음이 마치 나를 비웃는 것만 같다. 그래도 그 사람들이 밉지가 않다. 나는 미워해야 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으니까. 그래도 돈은 벌어야 하니 회사는 나간다.
지옥 15~20층
가정사가 무너진다. 이제 일도 할 수가 없다. 고작 2/10까지 밖에 안왔는데 말이다.
삶이 빈곤해지고, 불이꺼진 천정을 보고 있으면 악마가 나를 희끗희끗 웃으며 내려다본다. 숨이 턱턱 막히는데 처음엔 그 악마가 무섭다가도 20층 정도 오면 그 악마가 무섭지도 않다. 그저 나를 데려가라고 이제 천천히 마음을 내려놓는다.
지옥 21~25층
지나간 세월이 아른거린다. 그것도 내가 잘못했던 순간들만 말이다. 그럼에도 그건 그 사람이 시비를 걸었어라고 정신승리를 해보지만, 그렇다고 인생이 변하는 건 없다. 밤마다 귀신이 찾아와 나의 과거사를 들쑤시면서 귓가에 속삭인다. "이 멍청아. 그래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 나를 끝없이 조롱한다. 조롱하는 나는 그의 대답을 받아 칠 기력도 힘도 없다. 그저 이 밤이 끝나기를 염원하고 또 염원한다.
지옥 26~30층
난 아직도 죽지 않는 건가? 난 언제쯤 죽는 거지? 왜 죽지 않는 거야. 왜 죽지 않는 거지? 달려오는 차에 치여 죽어볼까? 지나가다가 걸어가는 나를 치었으면, 지하철에 뛰어내려볼까? 오롯이 죽을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차오른다. 더 비극은 3/10밖에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옥 31~35층
이정도면 끝이라고, 더는 이 지옥에서 살아가고 싶지 않고 나를 데려다 달라고 염원하지만, 아직도 떨어져야 할 지옥이 더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계속해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구간이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 더 내려가보기로 한다.
지옥 36~40층
부쩍 천장을 보는 날이 많아진다. 아침인지 낮인지 밤인지 새벽인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내 몸은 도통 말을 듣지 않는다. 날마다 정체도 모르는 귀신은 내 귀에 대고 "이 멍청이"라고 속삭인다. 과거에서 오는 것들은 계속 눈에 밟힌다. 그것도 내가 잘못하는 것들만, 지옥 1층부터 40층까지는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나를 괴롭힌다. 숨이 턱턱 막힌다.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아도 하늘은 아직 나를 데려갈 생각이 없다.
지옥 41~45층
몸이 뜨겁다. 피폐해진 정신은 나를 화나게 만든다. 화난 나는 집기를 집어던지고, 손에 잡히는 모든 걸 다 던지고 떼려 부순다. 마시지 않던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고), (여자에 빠지고), 쾌락에 빠진다. 나는 아무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 짓고 다시 죄를 짓기 시작한다. 그 죄가 이번엔 더 많이 더 빠르게 나를 괴롭힌다.
지옥 46~50층
과거부터 조금 전까지 지은 죄가 많으니 명치 부분으로 칼이 매일 같이 꽂힌다. 칼이 심장을 뚫고 들어오면 입에서 피를 토하고, 코 끝으로 숨이 턱턱 막힌다. 하지만 상상일 뿐, 나는 죽지 않는다. 정신이 죽음을 지배하면 인간의 몸은 죽는다고 하지만 결코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의 심장에 꽂히는 칼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옥 51~55층
이번에 흘리는 눈물은 좀 다르다. 반성이랄까.
지옥 56~60층
이번에 깨닫는 건 조금 다르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라는 걸.
지옥이라고 생각했던 10층은 생각을 달리하는 시간이다.
지옥 61~65층
깨닫는 것들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지옥으로 떨어지는 건 변함이 없다. 계속해서 반복이 되고, 계속해서 심장에 칼이 꽂히지만, 내 정신은 조금 달라지기 시작한다.
바로 개선의 의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지옥 66~70층
지옥으로 가까워질수록 너무 덥다. 펄펄 끓는 지각에서 고열이 나를 휘감는데, 그 고열이 드디어 내 팔과 다리를 잘라버린다. 다시는 일어설 수 없도록.
지옥 71~75층
이번엔 장기들을 모두 녹인다.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다. 고작 머리만 남아있지만, 뇌는 이미 썩어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지옥 76~80층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개선의 의지와 불씨가 남아있다.
펄펄 끓는 용암에서 몸이 타들어가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내 정신은 지옥의 군례와 개선의 의지가 싸운다.
지옥 81~85층 - 1
뜨거운 용암에서 허우적거리다 결국 목숨을 잃는다. 개선의 불씨마저 용암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지옥 81~85층 + 2
뜨거움에 허우적거리다 용암에서 몸을 끄집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지옥 85~90층
펄펄 끓는 지옥에서 운동을 시작하고, 달리기를 시작한다. 몸에서 배출되는 땀은 나를 더욱 지치게 만들고, 없는 힘마저 모두 빼앗아가 버린다. 이렇게 한다고 뭐가 바뀔까? 계속해서 의심하지만, 어차피 하늘을 보면 악마가 나를 보고 웃고 있다. 누워있으면 악마가 내 귀에 속삭인다. 눈을 감으면 과거가 나를 죽이려 든다. 어차피 피차일반이다.
지옥 91~95층
펄펄 끓는 지옥이 생각보다 익숙해진다. 죽을 것 같았던 운동이 익숙해진다.
지옥 96~100층
용암에 다시 몸을 내던져보니, 생각보다 뜨겁지도 않다.
지상으로 올라와보니 세상이 너무 시원하다.
그러니 지옥에 빠지지 마라. 대부분의 인간은 지옥에 빠지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