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없는 당사자가 말하는 친구가 없을 때의 장단점.
일단 시작은 나는 친구가 없다. 친구가 없는 내 입장에서 말하는 장단점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일단은 장단점을 나누기 전에 내가 얼마나 친화적인 사람인지, 내향적인 사람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좋겠다. 나의 경우에는 남성인 면모와 여성인 면모 둘 다 가지고 있는 바람에 사교성 또한 어느 정도 양쪽으로 가지고 있다.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한 반면, 사람들이 다가와서 말을 걸거나 대화를 하는 것을 꺼려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친구를 꾸준히 35년째 만들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내가 사회부적응자라고 생각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내가 승리자라고 말을 한다.
즉 그 말은 일단 세상을 살아보니 친구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맞다. 나도 이 말을 하고 싶은 것이었다. 친구가 없어보니 정말 소중한 게 보인다.
바로 가족이다.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이 가족밖에 없다는 말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나도 부모님과는 관계가 좋지 않지만 형제지간에는 우애가 참 좋기 때문에 주말마다 자주 만남을 갖곤 한다.) 나는 어느정도 사교적인 사람임에도 가족과 대화를 하는 것이 참 좋다. 그 이유는 바로 연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연기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공석에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나타나거나 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여우짓 늑대짓을 하는 인간들을 보는 경우도 많고, 항상 소수 때문에 무리의 물이 흐려지는 경우도 많다. 더 곤혹은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이 점이 정말 불편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단 나쁜 것을 안 배운다.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다보면 나쁜 짓을 참 많이 하게 된다. 내가 가장 첫 번째 손에 꼽는 건 무단횡단이다. 우르르 몰려다니다 보면 신호등을 당연하게 안 지키는 경우가 많고, 그게 자연스러워지는 경향이 있다. 나는 횡단보도로 가고 싶은데 항상 무단횡단을 해야 하는 바람에 양심이 찔리곤 한다.
또한 담배를 안 배워서 좋고, 술을 안 마셔서 정말 좋다.
술담배 많이하는 사람치고 정신건강이 좋은 사람이 없다. 과학적으로 술은 전두엽을 안 좋게 하기 때문에 분위기에 휩쓸린 흥이 술로 하여금 행복해지는 걸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술담배 쩐내가 나는 정말 싫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수적인 지출. 바로 금전을 아낄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그런 시간을 모아 이렇게 글을 쓰고 포스팅을 하고, 일이 끝나면 방과 후에 자기계발이나 소설을 쓰고, 영어공부를 하며, 독서도 하고 짬나면 학원도 다닌다.
무언가 나를 위해서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나는 서른 중반인데도 한 달 소비가 30만 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밥값이 포함된 금액인데도 삶에 대한 그다지 욕심이 없기 때문에 200만 원 만 벌어도 2/3를 저축할 수 있다. (집은 전세다 다행히)
장점이라면 또 있다.
외로움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사람에 대해 기대감이 점점 떨어지다 보니 외로움을 조금만 견뎌보면 무뎌지고, 그 무뎌짐이 결국 인간관계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도록 만든다. 물론 사람들 중에서도 사람들 속에 속해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고, 외향적인 사람들의 경우 사람을 통해 에너지를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반드시 한 번 큰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는 걸 경험을 통해 여럿 봐왔다. 왜냐하면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 쓰지 말아야 될 돈을 쓰고,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친해도 금전이 오가면 도망가는 놈이 존재한다는 걸 그들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친구가 없는 나는 누가 내게 돈을 빌리지도 빌려주지도 않기 때문에 금전적인 손실을 볼 필요가 없다. 그리고 주체가 내가 되기 때문에 타인이 봤을 땐 좀 이기적으로 보일 지 모르겠지만 오롯이 내 인생의 주체는 내가 되기 때문이 삶을 진두지휘 하는 게 가능해진다.
이제부터 단점을 얘기해보겠다.
단점은 딱 하나다.
바로 외로움에 대한 문제.
어쩔 수 없이 외로움은 본능적인 거라 내가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뎌지더라도 한 번씩 숨어있던 외로움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인내를 통해 외로움도 조절이 가능할뿐더러 사람을 만나는 게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왜 이런 소리를 하냐면.
나는 외로울 때 연애를 하면 초반은 행복하지만, 훗날이 불행하다는 주의자다. 외로워서 누구를 만나면 제대로 이루어진 커플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물론 전부 그러는 건 아니지만, 한정적인 나를 기준으로 봤을 땐 그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외로울 땐 사람들을 더 안 만나고, 외로움을 견디며 외로움이 무뎌질 때 사람들을 만나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만 타인의 이기주의를 상대할 수 있고 받아칠 수 있으며 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내가 외로울 땐 사람들과 만날 땐 언제나 을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꾸준히 운동을 통해 그 시간을 다른 시간으로 돌려버린다.
덕분에 몸은 울그락불그락까진 아니더라도 잔잔하게 나와있다.
(운동을 거의 10년을 하지만, 먹을 거 다 먹어가면서 운동할 경우 근육이 이렇게나 안 붙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정말 현타가 많이 왔다. 근육을 만든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친구를 사귀지 않고, 늘 적정 거리를 두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상호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한다.
그래야 탈이 없다.
외로움이 인생에서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면 한 번쯤 익숙해져 보는 것도 삶에 있어서 크게 도움이 된다. 홀로서기가 된다면 나이 먹어서 삶의 질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